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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웨이 성지순례 울트라 (나는 울트라러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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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갈종완 작성일23-05-05 12:55 조회3,309회 댓글0건

본문

마이웨이 성지순례 울트라
(나는 울트라러너인가?)

1.
My Way 울트라를 지향하며

2019년 성지순례222 울트라에서 나는
147키로 남한강가에서 인대부상으로 중도포기하였다.

나는 주눅들고 의기소침하고
나는 과연 울트라러너인가? 회의감이 들기도 했지만
오히려 이를 계기로 <Do의 행복>을 발견하면서
이후 문경, 북한강 그리고 영동곶감 울트라에서 완주의 희열까지 맛보았다.

그렇게 나는 재기(?)하게 되었지만 갑자기 불어닥친 코로나로
다시 나는 울트라러너라는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만다.
친구들의 모임에 가면 나이를 생각할 때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나 역시 내 육체의 언어가 예전 같지 않음을 실감한다.
게다가 코로나 정국이 장기화되면서 그렇게 2020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과연 내가 다시 100키로를 200키로를 주파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그렇게 방황하던 나는 2021년 5월
오직 나만의 <My Way 울트라>의 길을 가기로 마음을 정한다.
나는 여전히 울트라러너인 것이다.
나는 살아 숨쉬는 동안 울트라러너로 남을 것이다.

내가 지향하는 My Way 울트라러너는 어떤 모습인가?

첫째, '러너스 하이'를 즐기며 'Do의 행복'을 지향하는 러너
나의 목표는 완주도 아니고, 도전도 아니다.
나의 목표는 오직 '울트라를 하는 것'이다!!

둘째, 울트라러너라는 자부심을 갖는 러너
누구나 울트라를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나는 100km 이상을 두 발로 주파한 울트라러너다.
꼴찌면 어떻고 중도포기면 어떤가?
울트라러너가 아니면 결코 맛볼 수 없는
울트라의 세계를 나는 여행했고 그 묘미를 맛보았다.
꼴찌라도 당당한 나는 울트라러너!!

셋째, '겸허한 모국어'로 기도하는 순례자
창조주가 새겨넣은 인간 모두의 한계도 있고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한계도 있다.
특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한계의 지평이 좁아짐을 인정해야 한다.

넷째, 달리기의 주인공은 Body임을 알고
Listen to your Body!! 를 늘 명심하는 러너
어줍잖게 Mind를 강조하며 Body가 말하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어리석은 러너가 되지 말자.

다섯째, 하프보다는 풀코스를 선택하는 러너
완주의 희열도 가슴 벅찬 환희의 순간이지만
풀코스만이 갖는 매력과 의미를 소중하게 여기자.

여섯째, 막판 스퍼트가 가능하다는 것을 믿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러너
Body가 말하는 소리를 들으며 안정된 페이스를 유지하면
Body는 막판 스퍼트를 할 수 있는 여력을 갖고 있으니
후반에도 멋지게 역동적으로 달려보자.

일곱째, 부상을 당했을 때는 바로 미련을 버릴 줄 아는 러너

여덟째, 중도포기가 아니라 '거기까지의 울트라'를 당당하게 받아들이는 러너

다시 한번 나의 울트라 모토를 상기해본다.

기본적으로 혼자 달리며 Listen to your body!에 충실하자.
달리기에서 주인공은 Mind가 아니라 Body라는 점을 명심하자.
동반 주자가 있건 없건 My Way를 고수하라.
추월하는 주자에게 흔쾌히 추월을 허용하라.
그리고 무념무상 현재의 달리기에만 집중하는
고독한 러너가 되자~~!!

2.
<거기까지의 울트라>: 청남대 울트라

코로나로 인한 3년간의 긴 공백기간을 끝내고
올해 드디어 설레는 마음으로 다시 울트라 주로에 섰다.

2019년 대망의 10년 연속완주 미션을 끝낸 바로 그 청남대 울트라
그러나 애초부터 나는 완주를 목표로 삼지 않았다.
2019년 <Do의 행복>을 발견한 이후로는
오직 '울트라를 하는' 것만이 나의 유일한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또한 3년의 공백도 길었지만 하프 코스 몇 번이 전부인 훈련량에
몸살 감기의 후유증이 남아 있는 데다 장염까지 겹쳐
대회 당일에도 세 번이나 화장실 신세를 지고 있는 내 몸의 상태로는
이 아름다운 봄길을 달릴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나는 이미 행복에 겨운 울트라러너이기 때문이다.

달리기의 주인공은 Body임을 알고
Listen to your Body!! 를 늘 명심하는 러너
이것이 바로 <My Way 울트라> 아닌가?

그렇게 아름다운 봄날의 울트라 주로를 달리다 보니
준비 안 된 Body는 페이스를 늦추고 컷오프에 몰리고 만다.
컷오프에 걸리면 더 이상 달릴 수 없고
<Do의 행복>은 공염불에 그치고 만다.
막판 스퍼트를 하듯 혼신의 힘으로 달려 제한시간 5분을 남기고
컷오프를 통과했지만 이것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결국 나는 85키로 마지막 CP에서 중도포기를 선택한다.

이만하면 됐다.
3년간의 공백과 최악의 컨디션에서 85키로를 주파하다니!!
나는 싱거운 웃음을 지으며 내 허벅지를 토닥여준다.
비록 마지막 청남대 들어가는 구간을 달리지 못했지만
'여기까지의 울트라'도 충분히 아름답고 멋진 여행이었다.

그렇게 나는 <거기까지의 울트라>를 담담히 받아들였다.
그것이 바로 <My Way 울트라>이기 때문이다.

3.
다시 <Do의 행복>을 만끽하며: 성지순례 울트라

<하프 코스를 선택하며>

이제 다음은 성지순례222 울트라인데
100키로도 완주하지 못한 수준의 내게
성지순례222 울트라는 넘사벽으로 다가왔다.
풀코스만이 갖는 매력과 의미를 소중하게 여기는
<My Way 울트라>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나는 결국 하프 코스를 선택하였다.

<우중 동반주의 추억>

예년에 비해 참가자가 많지 않지만
뜻밖에도 십여년 전 원년 멤버도 참가하고 낯익은 주자들도 많아
더욱 반갑고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선을 박차고 나간다.

한강주로에 내려서며 얼마 전 접한 미드풋 주법으로 경쾌하게 달리는데
예상보다 이른 시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주로는 질척거린다.
오랜만에 만난 류광 후배와 우중 동반주를 시작한다.
나는 '동반 주자가 있건 없건 My Way를 고수하라'는
울트라 모토를 상기하며 이후 남한산성 유원지까지 멋진 동반주를 한다.

우중주도 쉽지 않지만 수리산 성지 CP 이후
빗길의 수리산길은 미끄럽고 위험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주로 찾기도 쉽지 않아 알바생을 많이 배출하는 곳이기도 하다.
달리기는 젬병이지만 이곳 주로에는 밝은 내가 앞장 서다 보니
이곳에선 My Way를 고수할 수 없다.
첫 참가자들은 나의 길 안내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비가 내려 질척거리는 국사봉 오름길
마치 미드풋으로 달리듯이 짧은 보폭으로 오르면서
앞서 간 주자들을 하나 둘씩 추월한다.
비록 가파른 오르막도 있지만 수리산길보다는 어렵지 않은 구간이다.

하우현 성당 CP의 대회 진행요원이 충분히 완주할 수 있다고 응원을 보내지만
나는 마음을 비우고 제한시간에 연연하지 않기로 마음을 정한 터였다.
하지만 일단 손골성지까지는 최선을 다해 보자고 다짐하며
국사봉을 오른 다음 뒤따르는 일행을 기다리지 않고 내처 달려 내려간다.

둔토리 성지에서 반환하여 이제는 운중동가는 내리막길인데
주자 두 명이 나를 추월해간다.
222키로 풀코스를 달리는 배테랑 배민호 주자
어딜 갔다 이제 오느냐고 물으니 역시 알바생......ㅎ
컷오프 시간이 촉박해서인지 미끄러운 내리막길을 잘도 내려간다.

추월하는 주자에게 흔쾌히 추월을 허용하라는 울트라 모토를 내팽개치고
분위기에 휩쓸린 나도 뒤따라 달렸는데 이후 부메랑이 되어 돌아 온
이번 레이스 중 가장 잘못 된 표본이 되었다.

운중동 편의점도 들르지 않고 돌운리 고개 오르는 길에서
초코파이로 에너지를 보충한 후 고기리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달린다.
여전히 착지가 불안하지만 미드풋 주법을 상기하며 가볍게 달리니
이 정도면 러너스 하이가 아닐까 생각하며 피식 웃는다.

손골성지 오르는 길에서 주로 감독관으로 나온 조용갑 형님을 만난다.
바로 이 악명 높은 성지순례222 코스를 혼자서 개척하신
코스 설계의 최고 권위자로 연맹 기술이사로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아직도 마음은 청춘 용갑 형님이 얼른 스마트폰으로 한 컷
나중 비에 젖은 내 모습을 보니 이런 백발 노인이 따로 없네.......ㅎ

김밥과 함께 먹는 컵라면이 이렇게 맛있던 적이 있던가~~!!
내 평생 이렇게 맛있는 라면은 처음 먹어본다며 진심어린 감사 인사를 드린 후
물도 채우고 간식거리도 배낭에서 손쉽게 빼먹을 수 있도록 하고
출발준비를 서두르는데 학의천의 동반주자 류광 일행이 들어온다.

<막판 스퍼트는 정말 가능할까?>

다시 류광 후배와 동반주를 하다가
탄천 주로에 접어들며 이승배 후배가 합류하여 이후
남한산성 유원지까지 함께 달린다.

이 탄천구간은 오전시간대로 더위와의 싸움에 항상 힘겨웠던 구간이다.
아직도 간간히 비가 내리고 주로는 질척거리지만
선선한 날씨 덕에 달리기는 편했다.
그럼에도 끝없이 이어지는 둔치길은 역시 힘들었다.

나는 체력이 서서히 고갈되어 뒤쳐졌다가는 따라붙으며
탄천 IC 못미쳐 여수대교에 도착한다.
기대하지 않았던 임시 CP에서 에너지를 보급하고 시간을 확인해본다.
남은 시간은 1시간 45분 정도
아까 손골성지에서 나는 2시간 정도의 여유시간을 가지려고 했는데
역시 탄천구간은 만만치 않아 시간이 많이 소요된 것이다.

다음 구간은 성남시내길과 남한산성 오르는 길인데
만만찮은 코스로 제한시간이 촉박하다.
나는 다시 한번 두 주자에게 내 마음을 전했다.
나는 이미 충분히 행복하다.
내가 무슨 미련이 남아 있겠는가?
언제든지 먼저 치고 나가라고

역시 성남시내길은 횡단보도 지체시간도 많고
은근한 오르막은 페이스를 떨어뜨린다.
그래도 앞서가는 두 주자를 열심히 따라붙었는데
아뿔사 남한산성 유원지 횡단보도에서 꼬리가 잘리며
멀어져 가는 두 주자를 마음으로 배웅한다.

<Do의 행복을 만끽한다>

횡단보도에서 기다리는 사이 여러 사람이 물어온다.
어디서부터 언제부터 달려오는 거냐고
명동성당을 지난밤 8시에 출발하여 수리산과 청계산을 넘어 달려왔다고 하면
다들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그래.
어차피 제한시간내 주파는 어려울 테지만
이곳까지 달려온 내가 오히려 대견하지 않은가?
그리고 달리는 내내 살아있음을 온 몸으로 느끼며
나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이것이 바로 진정한 <Do의 행복>이리라.

예년이라면 봄의 향연으로 가득했을 남한산성 오르는 길이
이제는 안개에 쌓여 나는 몽롱한 기분으로 자연에 젖어들었다.
꿈속에서 깨어난 듯 이제는 남한산성이 보이는 곳에서
등산객에게 시간을 확인하니 1시 58분이란다.

그렇구나.
이제 레이스를 마칠 때가 되었구나.
스트레칭을 하고 천천히 걸어오르니 문득 2017년의 레이스가 떠올랐다.
당시 나는 탄천구간의 더위에 지쳐 이곳에서 중도포기를 선택하면서
'컷오프시킨 욕심'이라고 위안을 삼았었지.

남한산성 남문을 지나 천천히 달려내려가니
제한시간을 10여분 넘기고 있다.
처음 참가해본 101키로 하프 코스
어차피 이곳은 골인 아치도 레드카펫도 없는 남한산성 CP이니
골인 세리머니가 싱겁기 그지 없다.

멋쩍은 웃음으로 인증 샷을 남기며 돌아서는데
18시간 완주 기록증을 준다.
우중주의 인저리 타임 (injury time)을 감안한 것일까?
나는 완주증에 연연하지 않는 편이지만
대회 주최측의 배려가 고맙기도 하다.

<꼴찌라도 당당한 나는 울트라러너!!>

물론 가슴 벅찬 완주의 희열은 없다.
그럼에도 나는 해냈다는 대견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울트라러너가 되었다는 잔잔한 기쁨과 행복을 맛본다.

참으로 3년의 공백은 길었다.
내 몸은 이미 울트라러너로서의 기본을 잃어버리고 뒤뚱거렸다.
청남대 울트라 85키로에서 중도포기를 하면서도
나는 '거기까지의 울트라'를 담담히 받아들였다.

그런데 나는 이번 성지순례 울트라에서
우중주 속에서도 101키로를 주파하지 않았는가?
제한시간이 무슨 대수인가?
나는 다시 내 두 발로 그 거리를 주파한 것이다.
그만하면 됐다.
나는 또 다시 시간외완주라는 기록을 남겼지만
나는 이제 당당한 울트라러너로 돌아온 것이다.

<다시 되새기는 꼴찌의 행복>

2016년 성지순례 울트라에서 나는 꼴찌로 완주했다.

난 본디 페이스가 느리기 때문에 꼴찌주자로 이미 정평이 나있었고
나는 나 나름대로 그런 분위기에 맞춰
즐기는 울트라를 표방하며 울트라를 즐기며 달려왔지만
다시 돌이켜보아도 민망함은 있을지언정
행복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꼴찌의 행복이 막 밀려들었다.
그 행복의 원천이 무엇일까?
나도 얼떨떨하여 곰곰 생각해 보았다.

지난해 시간외에 머물렀던 아쉬움을 털고
당당하게 완주한 것은 분명 행복의 원천이다.
완주율 50%에 미치지 못하는
힘든 레이스에서 완주한 것 또한 행복의 원천이다.
예기치 않게 온가족이 완주를 축하해주는 자리에 나온 것도
고교의 대선배님이 200키로 이후 한강주로를 동반주해주신 것도
물론 행복의 원천이다.

그러나 내가 갑자기 터득한 꼴찌의 행복은
그것과는 다른 그 무엇이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어떤 그룹에 속했다는 소속감이었다.

나는 완주자와 미완주자의 경계선상에서
완주자의 그룹에 속한 것이다.
나는 비록 꼴찌일지라도
미완주자는 결코 누릴 수 없는
완주라는 기쁨을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이었다.
그 자격은 1등이든 꼴찌든 동등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꼴찌의 행복이다.

<감사가 넘치는 My Way 울트라>

2016년 발견한 <꼴찌의 행복>의 요체는 바로 소속감이다.
2016년에는 완주자의 그룹에 속한 <꼴찌의 행복>을 맛보았다면
<My Way 울트라>에서 지향하는 울트라러너로서의 자부심 또한
울트라러너가 아니면 결코 맛볼 수 없는
울트라의 세계를 나는 여행했고 그 묘미를 맛보았으니
역시 <꼴찌의 행복>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꼴찌의 행복>을 만든 것은 바로
울트라패밀리의 <오묘한 조화>인 것이다.
꼴찌가 어찌 저절로 이루어졌겠는가?
아직도 내 두 발로 울트라주로를 달릴 수 있다는 것도 감사요
악천후 속에서도 주로 안내와 안전한 대회를 진행한 대회 주최측의 수고도 감사요
울트라패밀리라는 인연으로 주로 곳곳 간이 CP에서의 자봉은
뜻밖의 감사인 것이다.
그 분들의 수고로움이 있기에 나는 <꼴찌의 행복>을 누리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꼴찌의 행복>과 함께
지금 달릴 수 있음에 늘 감사하는 러너가 되자고 다짐한다.
어쩌면 감사가 넘치는 울트라야말로
가장 중요한 <My Way 울트라>의 지향점인 것이다.

4.
권말부록: 북한산 달리기

수년 전 성지순례 울트라에서 나는 제한시간 30분을 초과한
시간외완주를 한 적이 있다.
대회 주최측에 민폐를 끼친 민망함이 없지 않았지만
나의 울트라 사상 가장 기쁨이 충만했던 대회로 남아 있다.
나는 그 해의 성지순례 울트라를 통해 <본책에 덧붙는 부록이라도>
기쁨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깊이 깨달은 적이 있다.

이번 레이스 역시 어쩌면 권말부록일지 모른다.
그런데 이번 레이스의 진짜 권말부록은 따로 있다.
그것은 대회 1주일 전 고교동문 북한산 등반대회다.

나는 대회를 앞두고 주저하였으나 같은 반 친구인
동창회 총무의 강권을 못이기는 척 받아들였다.

참석한 친구들 대부분은 둘레길 코스로 가고
단 세 명의 친구만이 북한산 칼바위 등산코스로 향했다.
처음엔 나도 선후배들과 환담을 나누며 즐겁게 오르다가
데크 계단길에서 나도 모르게 직업의식(?)이 발동하였다.
수년 전에는 대회를 앞두고 광교산 형제봉 데크 계단길에서
훈련을 하곤 했기 때문이다.

데크 계단길을 가볍게 뛰어오른 다음
기다릴까 하다가 내처 앞서 올라 칼바위에 섰다.
진행요원이 인증샷을 찍어주며 선두로 올라왔다고 한다.
신록으로 물들어가는 북한산
저 멀리 보이는 백운대, 인수봉 그리고 노적봉의 늠름한 삼각 봉우리
문득 2012년 이 북한산 코스에서 훈련하던 일이 떠오르며
나는 일행들을 기다리지 못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청남대 울트라에서 전체 훈련량도 부족했지만
내리막 훈련의 부족으로 중족골 피로골절이 도졌는데
이 북한산의 내리막 달리기는 마지막 훈련으로 안성맞춤이었다.
대회 중에도 대회가 끝난 이후에도 허벅지 통증이 거의 없었던 것은
오로지 이 북한산 내리막 달리기 덕분이다.

예상하지 않았던 북한산 달리기
마이웨이 성지순례 울트라의 권말부록에 넣을 수밖에 없다.
친구야! 고마워~~

<황제> 협주곡

나의 울트라 주제가는 베토벤 교향곡 7번이지만
이 곡 또한 내게 늘 힘을 주는 My Way 황제다.

관현악이 튜티로 으뜸화음, 버금딸림화음, 딸림7화음을 차례로 연주하면
피아노가 분산화음을 카덴차풍으로 응답한 다음
당당하고 장대한 제1주제가 연주되며 비로소 제시부가 시작되는데

나는 이 E플랫장조 으뜸화음이 울려퍼지면
닫혔던 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신천지로 들어서는 느낌이 들곤 한다.
그곳에는 화성의 신비라는 토대위에 축조된 클래식 음악세계가 펼쳐진다.
마치 풀코스를 넘으면 울트라의 세계가 펼쳐지듯이......

내게 이 곡의 첫번째 매력포인트는
관현악으로 제시되는 활기 넘치며 당당한 제1주제이다.
그런데 이 주제는 단순한 제1주제가 아니라 전악장을 관통하여
종횡무진 내달리는 추진력을 갖고 있다.

Beethoven - "Emperor" Concerto - Rubinstein\Leinsdorf Boston SO (Vinyl)

https://youtu.be/6de37T13las


<추억의 사진첩을 뒤적이며>

추억의 사진들을 보노라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나의 족적이 남아 있는 울트라 주로
함께 달리고 함께 웃고 울던 울트라패밀리가 만들어 가는
역동적이면서도 각본없는 휴먼 드라마 울트라여행
이 멋진 여행에 동참할 수 있어 얼마나 행복한 순간이었던가?
이것이 바로 '울트라를 하는' <Do의 행복> 아닌가?

4년만에 찾은 성지순례 울트라
비록 하프코스에 머물렀지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대회주최측은 물론 수많은 울트라패밀리들의 도움의 손길이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돌아온 울트라러너
울트라교향곡 갈 종 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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